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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도대체 누굴 위한 최저임금인가

아산미래신문 | 기사입력 2021/07/21 [16:42]

[사설] 도대체 누굴 위한 최저임금인가

아산미래신문 | 입력 : 2021/07/21 [16:42]

물가상승 무시한 최저임금 과속

편의점주들 "자발적 불복종" 선언

사회적갈등 악순환 고리 끊어야

 

폭염 속에 우리들 곁에 또 다시 비보가 날아왔다. 코로나에 멍들고 ,폭염에 속 타고. 도대체 어찌 살아가야 하는지 한숨만 나오고 하늘이 원망스럽다는 사람들이 많다. 제발 살려달라는 호소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내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9160원으로 오르게 됐다. 정부의 입김에 휘둘리기 쉬운 공익위원들이 주도해 최저임금 5.1% 인상을 밀어붙였다. 한국은행이 제시한 올해(1.8%)와 내년(1.4%)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는다.

 

수도권과 지방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2~4단계로 가뜩이나 힘들어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겐 재앙 같은 소식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들은 빚으로 빚을 내 연명할 수밖에 없는 처지" 라며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각종 비용 상승, 일자리 감소, 자영업자 대출증가, 폐업 증가 등 경기 악순환의 촉매 역할을 더할 것" 이란 입장을 냈다.

 

특히 편의점주들은 거세게 반발한다. 편의점주연합회는 내년 최저임금 지급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단체는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지급불능 상태" 라며 "자발적 불복종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19세기 미국의 사상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시민 불복종』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그동안 아르바이트 근로자의 근무시간을 줄이는 대신 점주가 몸으로 때우는 식으로 버텨왔지만 그마저도 한계에 부딪혔다는 설명이다.

 

시간당으로 따지면 이미 점주와 아르바이트생의 소득이 역전된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모든 근로자에게 좋은 것도 아니다. 물론 취업 상태를 유지하는 근로자에겐 최저임금 인상이 유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잃거나 실직 위기에 처한 사람도 동시에 봐야 한다.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가 감소하는 건 경제학의 기본이다. 노동시장도 마찬가지이다. 최저임금이란 가격이 오르면 근로자를 고용하려는 수요는 줄어든다. 이때 노동시장에서 밀려나는 이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에 있던 사람들일 공산이 크다.

 

한국 사회가 최저임금을 도입한 건 1988년이었다. "3저 호황"의 물결 속에 서울올림픽을 개최하며 대한민국의 저력을 국내외에 과시하던 때다. 당시 최저임금은 업종에 따라 1그룹(462.5원)과 2그룹(487.5원)으로 구분했다.

 

이후 시간당 1000원(1993년)을 넘기는 데는 5년이 걸렸다. 시간당 2000원(2001년)을 넘기는데는 8년의 세월이 더 필요했다. 제도 시행 초기만 해도 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최저임금을 올리는 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저임금 근로자들의 생활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사회적인 공감대도 있었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워낙 저속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한동안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아도 문제가 없었다. 그러다가 주행 속도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속도 조절에 들어가야 하는 게 당연하다. 이걸 무시하고 오히려 가속 페달을 세게 밟으면 차량이 덜컹거리며 사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이 딱 이런상황이다. 경제학 족보에도 없는 "소득주도 성장"을 들먹거리면서다.

현 정부는 이전 정부와 비교하면 최저임금인상률이 높지 않다는 주장을 편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얘기이다. 다른 부분에 눈을 감고 단순 인상률만 따지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현재 경제 상황은 80~90년대는 물론 2000년대 초반과도 많이 달라졌다. 2008년 연 5.25%였던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인 연 0.5%까지 낮아졌다. 만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5%대로 올린다면 현재 한국 경제의 체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것이고. 남미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처럼 경제가 망하고 국민들은 거리로 나앉을 것이다.

 

그만큼 예전의 5%와 지금의 5%는 하늘과 땅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부터 손봐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법에 따라 위원27명으로 구성한다. 경영계와 노동계, 공익위원이 각각 아홉 명씩이다. 해마다 경영계와 노동계는 각자의 입장만 내세우며 대립한다.

 

그러나 막판에 몰려 공익위원들의 뜻대로 최저임금을 정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공익위원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위촉한 사람들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의 공약(시간당 10.000원)을 지키려고 과일 충성하다보니 최저임금 결정 기준이 오락가락하는 이유이다.

 

매년 이런 식으로 최저임금을 둘러싼 갈등을 되풀이하는 건 사회적 낭비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저임금을 객관적 지표에 의해 산출하는 방식으로 개편하는 일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이유다.

 

예컨대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물가 상승률이나 시중금리 등을 반영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지역별. 업종별로 최저임금 차등화도 시급한 과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합리적인 결정 방식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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