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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인문학=에스프레소의 등장은 혁명 이상의 충격적 변화이자 진화였다.

에스프레소

아마츄어작업실 아산점 대표 김남순 | 기사입력 2021/07/14 [19:12]

커피인문학=에스프레소의 등장은 혁명 이상의 충격적 변화이자 진화였다.

에스프레소

아마츄어작업실 아산점 대표 김남순 | 입력 : 2021/07/14 [19:12]

▲ 에스프레소  © 아산미래신문

 

 

콜드 부루나 드립 커피가 맹위를 떨친다고 해도 대세는 에스프레소다. 세계적으로 커피 전문점에서 소비되는 메뉴의 90퍼센트가 여전히 에스프레소를 기본으로 삼고 있다.

 

▲ 아마츄어작업실 아산점 대표 김남순 교육전문강사아마츄어작업실 아산점, 충남 아산시 삼동로 45     ©아산미래신문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에 물을 섞어 연하게 만든 것이고, 카페라떼와 카푸치노는 스티밍한 우유를 넣어 더 달면서도 부드럽게 만든 것이다.


커피 전문점의 메뉴를 총칭해 일컫는 ‘카페 베리에이션’은 음악 용어인 ‘변주곡variation’에서 따왔다. 하나의 주제가 되는 선율을 바탕으로 리듬, 화성, 선율이 다양하게 변형되며 색다른 느낌을 준다.


카페의 메뉴 역시 에스프레소를 기본으로 우유, 시럽, 소스 등이 여러 가지 비율로 어우러지면서 다채로운 맛을 내기 때문에 베리에이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커피의 역사에서 에스프레소의 등장은 혁명 이상의 충격적 변화이자 진화였다.


인류가 커피를 음료로 즐기기 시작한 시점을 에티오피아 기원설에서 백 보 양보해 기원 후 7세기 아라비아반도라고 해도, 커피의 역사를 24시간으로 환산해 에스프레소의 궤적을 계산해보면 겨우 새벽 1시 11분을 지나고 있을 뿐이다.

 

▲ 세계 최초의 에스프레소 머신  © 아산미래신문


짧은 기간 커피 문화를 통째로 삼켜버린 에스프레소의 마력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여기에는 3가지 관점이 있는데, 각각 스토리텔링이 제법 근사하다.


첫째, 에스프레소를 ‘빠르다’는 의미의 익스프레스express로 해석하는 견해다.


18세기 유럽 전역에 커피가 붐을 이루면서 카페마다 커피를 마시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있는 풍경은 일상이 되었다.

 

▲ 커피 크레마  © 아산미래신문



돈을 조금 더 내고 빠른 서비스를 받는 팁 문화가 만들어진 것도 이 시기 영국의 커피하우스에서였다.


사람이 많이 몰린 탓이 컷지만, 커피 한 잔을 제공하는 데 시간이 너무 걸리는 게 문제였다. 당시 커피가루를 물에 넣고 끓인 뒤 천으로 거르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적어도 4~5분이 소요되었다.

 

그 실마리를 푼 인물은 1901년 이탈리아의 루이지 베제라Luigi Bezzera였다. 그는 물의 증기압을 이용해 25초 만에 커피 한 잔을 만들어내는 혁신적인 기계를 발명해 특허를 취득했다.


1906년 밀라노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 그 기계가 처음으로 대중에게 선을 보였는데, 베제라는 빠른 추출을 부각시키기 위해 스포츠카를 탄 운전자가 머신 옆을 지나면서 커피를 낚아채가는 포스터를 그렸다.


그림 아래에 영어로 ‘빠른커피CAFE EXPRESS’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는데, 깊은 인상을 받는 사람들이 베제라의 커피를 이탈이아어로 에스프레소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둘째, 에스프레소를 ‘과하게 압착하다’로 보는 시각이다. 에스프레소를 ‘~에서 나오다Exit 또는 Out’를 뜻하는 ‘Ex’와 ‘압력을 가하다’는 뜻의 ‘Press’가 합친 것으로 보고 ‘압력을 가해 커피의 성분을 빼내다’는 의미로 풀이한다.

 

▲ 루이지 베제라  © 아산미래신문


베제라의 커피는 빨리 제공되기는 했지만, 증기압을 이용한 탓에 물의 끓는점이 100도를 훌쩍 넘기면서 쓴맛과 탄맛이 너무 강했다.


1938년 아킬레 가치아Achille Gaggia가 압력을 가하는 방식을 피스톤으로 바꾸면서 물의 과도한 온도 증가를 해결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기막힌 일이 벌어진다. 증기압을 활용했을 때 1.2~1.5기압에 그치던 압력이 9기압을 넘어가면서 추출된 커피에 크레마가 생겨났다.


향기를 품은 미세한 거품인 크레마 덕분에 향미의 풍성함은 차원이 달라졌다. 이 맛에 감동한 이탈리아 사람들은 크레마가 있는 커피만을 에스프레소라고 부르기로 했고, 이때부터 에스프레소 머신의 추출 압력이 최소 9기압을 넘게 되었다.


이 대목을 주목하는 사람들은 에스프레소의 핵심 가치는 추출속도보다는 추출 압력에 있다고 강조한다.


셋째, 에스프레소의 어원적 의미를 ‘특별함’에 두는 것이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탄생하기 전에 만들어진 커피는 한 사람의 입맛에 맞춘 게 아니었다.


한번에 4~5인분을 넉넉히 만들어 나눠 마시는 문화였다. 반면 에스프레소는 주문한 사람을 위한 음료가 된다.


솜씨 있는 바리스타는 추출 조건을 달리하며 마시는 사람의 취향을 맞출 줄 안다. 이런 모습이 ‘지정한 사람의 손에 쥐어주는 속달우편Express’과 같다고 해서 에스프레소의 의미를 ‘오직 한 사람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에서 찾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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