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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의 전설] 효부 동래정씨(신창면 신달리)

아산미래신문 | 기사입력 2021/04/01 [12:45]

[아산의 전설] 효부 동래정씨(신창면 신달리)

아산미래신문 | 입력 : 2021/04/01 [12:45]

▲ 효부 동래정씨(신창면 신달리)   © 아산미래신문

 

아산의 전설
효부 동래정씨(신창면 신달리)


옛날에 물 맑고 인심 좋은 마을이 있었다. 이 마을의 정씨 집안에 딸이 태어났다. 무남독녀로 태어난 아이는 어려서부터 유순하고 성품이 고왔다. 아이는 자라면서 효성이 지극하여 마을 어른들로부터 칭찬이 자자했다.

 

어머니로부터 부녀자로서 지켜야 할 부덕과 살림살이를 배우면서 어느 덧 시집갈 나이가 되었다. 집안도 좋고, 솜씨도 좋고, 마음 또한 비단결 같은 정씨 처녀에게 여기저기서 혼담이 들어왔다.


그러나 처녀는 자신이 떠나면 두 분만 남을 것이 걱정이 되어 매번 조금만 있다가 혼인하겠다고 말씀드리곤 했다. 처음 한두 번은 부모도 딸의 마음을 헤아려 청혼을 거절하곤 했지만 이제는 딸이 과년하여 시집을 보내야만 했다.


드디어 혼처가 정해졌다. 신랑은 감나무골 오공댁의 아들 오도빈이었다. 집에는 홀시어머니와 시동생, 시고모, 시숙 등 모두 열 명이 넘는 대가족이었다. 친정은 식구가 셋으로 단출했는데 시댁은 대식구여서 깜작 놀랐다.


첫날밤을 치렀다. 새벽같이 일어나 부부가 어머니께 아침 문안을 드리러 들어갔다.  “잘 들어라. 큰일을 할 사내대장부는 아녀자의 품에 빠져있으면 안 된다. 해서 둘이 각방을 쓰도록 해라. 도빈이 너는 다른 생각은 일절 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여 대과에 급제할 수 있도록 학문에만 힘써야 한다.“


그 길로 남편의 거처가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정씨는 첫닭의 울음소리에 맞춰 일어나 가족들이 먹을 아침을 지었다. 음식을 준비하다가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나면 식구들이 깬다고 시어머니로부터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


식구들이 밥을 먹고 나면 부엌에 쪼그리고 앉아 누른 밥에 식구들이 먹다 남긴 반찬으로 허기를 때웠다.
곡간에는 먹을 것이 넘쳐났지만 모두 그림의 떡이었다. 열 식구가 넘는 빨래를 하는 것은 큰 노역이었다.
누구 하나 돕는 이 없이 그 많은 빨래를 개울에 나가 빨아야 했다.


겨울에는 더욱 힘들었다. 차가운 얼음을 깨고 빨래를 해야만 했기에 항상 손이 터져 있었다. 그래도 누구하나 안타까워하거나 돕는 사람이 없었다. 하루 종일 고달프게 일을 해도 밤에 남편의 따뜻한 품에 안길 수만 있다면 그나마 위로가 될 것 같았다.


그러나 남편의 얼굴을 보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였다. 독수공방을 하는 밤이 되면 온갖 서러움이 밀려왔다. 그때마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시집가면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이라는 말이 있다. 들어도 못 들은 척, 보고도 못 본 척, 말하고 싶은 게 있어도 입 밖으로 내서는 아니 된다. 시집살이란 게 원래 그렇게 힘든 것이다. 참고 견디다보면 분명 좋은 날이 올 테니 행여 다른 생각을 해서는 절대로 아니 된다. 어미 말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지? 명심, 또 명심해야 한다.“ 늘 친정어머니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또 새겼다.


분명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믿었다. 한겨울이었다. 하루는 시어머니가 정씨를 불러 혼인집에 갈 때 입을 한복을 지으라고 했다. 밤새 한복을 짓다가 새벽녘에 까무룩 잠이 들었다.


다음날 새벽 아침을 짓기 위해 물을 길어 왔다. 그런데 부엌 앞에 왔을 때 얼음 위를 잘못 디뎌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안방 문이 열리더니 시어머니의 매서운 눈초리가 정씨의 얼굴에 꽂혔다. “눈을 어디다 두고 다니기에 이리 방정맞은 짓을 한단 말이냐? 어디 한 군데 쓸 데가 있어야지.  쯧쯧.“ 시어머니의 호된 꾸지람이 떨어졌다.


물동이는 산산조각이 났고 손과 무릎에서 피가 났다. 오른쪽 팔이 삐었는지 움직일 수조차 없을 정도의 통증이 밀려왔다. 그러나 아프다는 말도 못하고 얼른 일어나 다시 물을 길어 왔다. 쌀을 씻어 조리질을 하는데 조리질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 할 수 없이 왼손으로 조리질을 해서 밥을 지었다.


밥상을 방에 들이고 부엌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데 갑자기 방문이 열리면서 시어머니의 벼락같은 소리가 들렸다. “시어미 먹는 밥에 돌을 넣다니. 내가 먹는 밥이 그리도 아깝더냐? 발로 쌀을 일어도 이보단 낫겠다.“ 왼손으로 조리질을 해서 돌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시어미 이빨 튼튼한 게 탐나뎌냐? 그리고 장맛은 도대체 이게 뭐냐? 우리 집 장맛은 동네에서 알아주는 장맛인데 이건 도대체 입에 넣을 수 없으니 어찌 된 게냐? 오오라, 네 년이 몰래 친정에다 퍼주고 바꿔치기 한 게구나. 에이, 더러운 년. 난 너 같은 며느리를 둔 적이 없으니 내 집에서 썩 나가거라.“ 시어머니의 추상같은 꾸지람에 정씨는 땅바닥에 엎드려 사죄를 했다.


호랑이 앞의 토끼처럼 빌고 또 빌었다. 팔이 삐어 그리된 것이라는 말은 감히 입에 올리지도 못했다. 부엌으로 들어온 정씨는 서러움이 밀려왔다. 눈에서는 굵은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밤이 되자 팔의 통증은 더욱 심해졌다. 잠조차 제대로 이룰 수 없었다.


달이 가고 해가 바뀌었다. 어느덧 친정아버지가 환갑을 맞이하게 되었다. 친정 부모님을 뵙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정씨는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시어머니께 말씀을 드리면 친정만 챙긴다는 얼토당토않은 말을 들을 게 뻔했다.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은 가슴에 묻어 놓고 삭여야만 했다.

 

시집간 딸이 혹독한 시집살이를 당한다는 말이 돌고 돌아 친정 부모님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이 노릇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이게 다 팔자려니 해야지.“ 친정아버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 많은 시댁식구들을 혼자 건사하려면 애가 버티기나 할는지.” 친정어머니가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래서 말인데 약을 좀 지어 보냈으면 해요. 영감 생각은 어떠시우?“ “약을 지어주면 달이다가 들켜 더 치도곤이나 당할 것 아니오?” “환약으로 지어 보내면 어때요? 그럼 먹기도 편하고 냄새도 풍기지 않는데요.“ “그것 참 좋은 방법인 것 같구려. 그렇게 해서 보내시오.“


정씨는 친정 사람을 통해 부모님이 보내주신 약을 받아 들었다. 부모님께 불효하고 있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친정 부모님께 걱정만 끼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한스러웠다.


세월이 또 흘렀다. 그동안 남편 도빈은 시어머니가 그렇게도 바라던 과거에 급제를 했다. 지위도 높아졌다. 그런데 몸이 쇠약해진 남편이, 병이 들어 그만 자리에 눕고 말았다. 정씨는 남편을 위해 밤을 새워가며 병구완을 했다.


온갖 정성을 다해도 병은 좀처럼 호전되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정성이 부족해서 낫지 않는 거라며 며느리의 가슴에 못질을 했다. 그러면서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며느리를 밀어내고 아들의 병간호를 했다.


그러다가 3년째 되던 해 몸이 쇠약해진 시어머니마저 몸져눕고 말았다. 이제는 남편뿐만 아니라 시어머니의 병구완까지 하게 되었다. 정씨의 고달픔은 끝이 없었다. 몸은 날로 약해져서 말라갔다.


어느 날이었다. 미움을 끓여 다소곳이 들고 들어가 시어머니께 드렸다. “흥, 안 먹는다. 네 년의 속을 모를 줄 알고? 속으로 내가 빨리 죽기를 빌고 있지? 내가 죽어야 네년이 편할 테니 말이다.“ 하면서 미음 그릇을 툭 쳐 버렸다.


미음 그릇이 방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래도 정씨는 싫은 내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나이 많아 언제 떠날지 모르는 시어머니를 위해 더욱 정성을 다했다. 시어머니가 자리에 누운 지 1년 정도 지났다. 이제 시어머니가 생을 마감할 시간이 되었다.


임종을 앞둔 시어머니가 정씨의 손을 잡고 말했다. “네 몰골이 말이 아니구나. 못된 시어미 만나 시집살이가 고달팠지? 미안하다. 내 아들을 잘 부탁한다.“ 아들을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며느리의 손에 고방 열쇠를 쥐어 줬다.


그렇게 시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정씨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손수 따뜻한 밥과 국을 지어 3년 상을 치렀다. 남편 도빈은 6년이란 긴 시간 동안 투병생활을 했으나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남편이 죽자 정씨는 자신도 세상을 하직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자손들의 만류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남편을 잃은 정씨는 다음과 같은 탄식을 했다고 한다. “하늘이 무너졌으니 어찌 홀로 해와 달을 이루고 살 수 있으리오. 내 평생의 한은 어느 곳에 가서 하소연할 것인가?“

                                                 
과년: 나이가 혼인할 시기를 지난 상태에 있다
얼토당토: 도무지 이치에 맞지 않다
치도곤: 몹시 혼나거나 맞음

                                                    발행처  온양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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