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시에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예장(禮葬·국가에서 예를 갖춘 장사, 왕과 왕후의 장례인 국장보다 한 등급 낮음) 행렬이 409년 만에 재연됐다.
아산시는 ‘아트밸리 아산 제1회 이순신 순국제전(이하 순국제전)’이 19일 충무공 예장 행렬을 끝으로 3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그 후 409년 만에 다시 열린 최대 규모의 충무공 예장으로, 충무공 순국일과 가장 비슷한 시기에 치러진 왕실 예장 기록물인 소현세자예장도감의궤를 참고했다.
박경귀 아산시장은 “충무공께서는 임진왜란 1등 공신으로 선조 37년 덕풍부원군에 추봉되셨고, 정조 17년 영의정에 추증되기도 하셨다”면서 “경국대전에 규정된 ‘예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대상’에는 종1품 이상의 문관·무관, 공신이 포함되어 있다. 조선왕조실록과 이충무공 전서에도 충무공 산소를 아산으로 이장하며 예장을 치른 기록이 남아있다”고 설명하며 ‘순국제전’의 명분을 분명히 했다.
19일 오후 2시께 온양온천역 광장에서 시작된 충무공 발인반차(발인에 참여한 사람들의 반열 행렬)에는 제관 복장을 갖춘 충무공 후손인 덕수 이씨 종친회와 시민 700여 명이 참여했다.
이순신 장군의 혼백은 온양민속박물관이 소장 중인 현존 최대 규모 민속 상여인 ‘32인 상여’에 모셔졌으며, 충무공을 칭송하는 문구가 담긴 만장이 그 뒤를 따랐다.
웅장한 예장 행렬은 온양온천역부터 온양민속박물관, 은행나무길을 거쳐 현충사 충무문까지 약 4.4km 구간을 도보 이동했다.
여사대장으로 분한 안후준 명인의 선소리 창을 따라 상여꾼과 여사군 등의 후소리가 내내 이어졌으며, 추운 날씨에도 일부 시민들은 예장 행렬의 뒤를 따라 현충사까지 이동하기도 했다.
온양민속박물관에서 진행된 노제의(발인 후 장지로 가는 도중에 길에서 지내는 제의)에서는 악귀를 쫓는 역할을 하는 방상시 공연과 시민들이 자신의 소원을 종이비행기에 적어 장군의 상여에 날리는 산화 퍼포먼스가, 현충사 충무문 앞에서는 제의와
충무공의 넋을 하늘로 보내드리는 현충사 충무문 앞 천전의를 끝으로 지난 17일부터 3일간 이어진 아산시 순국제전은 막을 내렸다.
순국제전은 ‘그리운 사람 이순신이 온다’를 슬로건으로 충무공의 죽음이 지닌 의미를 되짚는 인문학 콘서트 ‘이별이 아닌 만남, 죽음’, 청년 국악인 이봉근 명창의 ‘성웅 충무공 이순신가’ 특별공연,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보존회가 새롭게 창작한 ‘충무공 이순신 현충 제례악과 일무’ 공연 등 시민들에게 다채롭고 의미 있는 볼거리를 제공했다.
박경귀 시장은 “3일간의 순국제전이 장군의 외로웠던 죽음을 기억하고 위로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기를 희망한다”면서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 존경받고 계시는 장군의 마지막을 따라 함께 걸으며, 이순신 장군 순국의 의미를 되새기고, 각자의 그리운 사람들을 뜨겁게 불러보는 계기가 되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순국제전은 아산시가 ‘새로운 이순신의 도시’로 거듭나는 역사의 한 장면이었다”고 자평한 뒤 “3일간 펼쳐진 감동의 순간을 가슴에 담고 내년 ‘제2회 이순신 순국제전’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기를 기대한다”며 축제의 폐막을 선언했다.
한편 아산시는 프로그램을 전면 개혁해 축제의 정체성을 바로 세운 ‘성웅 이순신 축제’와 충무공 예장을 축제화한 ‘순국제전’을 통해 ‘이순신의 도시’ 브랜드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